나는 어려서부터 빵이나 과자를 좋아했다.
특히 팥이나 크림이 들어간 빵을 좋아했고, 과자는 짭짤한 스낵보다는 쿠키 류(다이제 초코)를 좋아했다.
고등학교 시절, 위와 같은 음식들은 공부하면서도 간단히 먹을 수 있었기 때문에 밥 대신 자주 먹었고, 그것은 투자한 그대로 내 살이 되었다.
수능이 끝난 당시 내 몸무게는 55kg 과체중이었다.
우리 집은 특이하게도 수능이 끝나면 템플스테이를 해야 했는데, 날씬한 모습으로 대학 생활을 하고 싶었던 나는 여기서 극한의 다이어트를 시작하였다.
무조건 살을 빼자는 생각에 매일 3천 배를 하면서도 식사는 새 모이 만큼 먹었다.
채식이어서 소화도 금방 되었을 텐데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렇게 먹으면서 절을 했나 싶다.
일주일이 지나니 다리도 안 아프고 적응이 되었던 나는 49일 동안 템플스테이를 하였다.
이 과정에서 48kg이 되었는데, 원하는 몸무게가 되어서 좋았지만, 이때부터 먹지 못하는 음식에 대해 집착이 생긴 것 같다.
많은 것을 제한하다 보니 평소 먹지 못했던 기름진 음식들과 빵이 정말 많이 생각났다.
날씬한 내 모습이 좋으면서도 음식을 갈망하던 나는 참다못해 빵집에 가서 빵을 몇만 원 어치 사 와서 먹거나, 편의점에서 과자를 여러 개 사와서 먹곤 했다.
죄책감에 어떤 날은 근처 학교 운동장을 몇 바퀴씩 걸을 때도 있었고, 어떤 날은 '다이어트 망해버렸네' 하고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먹고 나서 바로 잠이 들기도 했다.
결국 4개월 만에 5kg이 쪄버렸고, 살찐 모습이 보기 싫었던 나는 새로운 다이어트를 꾸준히 실천하며 감량과 요요를 반복했다.
돌이켜보면 내 대학 시절은 늘 다이어트와 함께였다.
덴마크 다이어트, 저탄고지 다이어트, 단식 등 정말 안 해 본 다이어트가 없을 정도였다.
그러다 유학을 가게 되면서 사상 최대 몸무게를 찍게 되었는데, 빵이나 케이크, 초콜릿, 과자들이 너무 싼 게 문제였다.
원래 워낙 좋아하기도 했지만, 워낙 저렴하다 보니 나의 건강은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매일 먹게 되었다.
외국에서 더 생활하고 싶었던 나는 비자를 신청하여 봉사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몸도 지치고 외롭다 보니 배고프지도 않은데 나를 달래기 위해 끊임없이 먹었다.
여기서 결국 63kg까지 찌게 되면서 심각성을 깨닫게 되었고, 레몬 디톡스 다이어트와 운동을 하며 6kg을 겨우 빼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는 규칙적인 생활에 살이 금방 빠졌다. 물론 스스로 관리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의 폭식증은 주말에 계속되었다.
평일엔 관리하지만, 주말엔 아무 생각 없이 텔레비전이나 넷플릭스를 보면서 집에 있는 음식들을 다 먹어치웠다.
먹을때 텔레비전을 보지 않는 게 좋다는 걸 알고 있지만,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 생활하는 사람에겐 쉽지 않은 일이다.
배는 고프지 않은데 심심해서 또는 우울해서, 주말이라는 시간을 보내버리기 위해 계속 먹었다.
특히 완결된 드라마나 여러 에피소드들이 있는 프로그램들을 보면서 먹으면 영상을 보는 내내 입이 심심해서 더 많이 먹었다.
지금도 그 증상은 계속되고 있다.
머리 속이 항상 음식 생각으로 가득한지 몇 년째이다.
이제는 그 고리를 정말 끊고 싶다.
현재 나와 같은 폭식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 글을 보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같은 증상을 가지고 있다면 함께 해결해나갔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 폭식증은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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